약 특허가 끝나면 환자와 시장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처음에는 “싼 복제약이 나온다”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그보다 크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독점이 끝나면서 약값, 기업 매출, 기술 거래가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다. 이 흐름을 이해하려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차이부터 차분히 봐야 한다.

특허 절벽이 만든 출발선

특허 절벽(Patent Cliff)은 매출이 큰 의약품의 특허가 한꺼번에 끝나는 상황을 뜻한다. 업계 자료들은 2025~2030년 사이 전 세계에서 200개 안팎의 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것으로 본다. 그중 연매출 10억달러 이상인 블록버스터도 약 70개로 거론된다.

특허가 살아 있을 때 오리지널 의약품은 독점권을 가진다. 특허가 끝나면 후발 기업이 제네릭(generic drug)이나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를 내놓을 수 있다. 이때 가격 경쟁이 시작되고, 오리지널 매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사례도 있다.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시장에 들어온 뒤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이 사례는 특허 만료가 단순한 법적 사건이 아니라 매출 구조를 바꾸는 사건임을 보여준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쉬운 구분

제네릭은 주로 화학의약품의 복제약이다. 화학 구조를 같게 만들 수 있어, 원래 약과 같은 성분을 갖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쉽게 말해 정해진 설계도를 따라 같은 부품을 만드는 쪽에 가깝다.

바이오시밀러는 다르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이 복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동일”보다 “매우 유사하고 효과와 안전성이 동등한지”를 입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차이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는 개발과 생산의 난도가 높다. 임상, 품질관리, 대량생산, 허가 전략이 모두 필요하다. 진입 장벽이 높은 대신, 성공하면 큰 시장을 가져갈 수 있다는 기대도 생긴다.

빅파마가 방어와 공격을 함께 하는 이유

대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특허 절벽이 부담이다. 한 품목이 회사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할 때, 독점이 끝나면 빈자리가 커진다. 미국 머크 MSD 키트루다는 2028년 미국 핵심 특허 만료가 거론되는 대표 품목이다. (참고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25년 매출은 48조원이다.)

빅파마는 기존 제품의 수명을 늘리려 한다. 제형을 바꾸거나 적응증을 넓히는 방식이 쓰인다. 예컨대 키트루다의 피하주사 제형 개발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승인 확보는 이런 방어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공격도 한다. 내부 연구개발(R&D: Research and Development)만으로 매출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면 외부 기술을 사야 한다. 그래서 인수합병(M&A: Mergers and Acquisitions)과 기술도입 계약이 늘고 있다.

제네릭 강자들이 시밀러로 이동하는 구조

눈에 띄는 변화는 제네릭 강자들의 이동이다. 저가 복제약 시장은 가격 경쟁이 심하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더 복잡하지만 시장 규모와 수익 기대가 크다.

선파마가 오가논 인수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암닐 파마슈티컬스도 카시브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로 연구개발, 생산, 상업화를 묶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좋은 제품 하나보다 개발·생산·판매를 잇는 체계가 중요해졌다는 신호다.

규제 환경도 영향을 준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 허가와 임상 절차를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언급된다. 다만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경쟁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가격, 공급 안정성, 판매망 경쟁도 함께 세진다.

한국 기업에 열린 기회와 압박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존재감을 쌓아왔다. 국내에서는 개발·생산·판매를 통합하거나 독자 판매 비중을 늘리는 전략도 거론된다.

하지만 기회는 곧 압박이기도 하다. 글로벌 제네릭 기업과 빅파마가 자본과 유통망을 앞세워 들어오면 가격 경쟁은 더 거칠어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이 단순히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수준에 머물면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기술수출도 중요해졌다.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플랫폼, 에이비엘바이오의 혈뇌장벽 셔틀 플랫폼, 리가켐바이오의 ADC 기술처럼 플랫폼과 임상 데이터가 있는 자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허 절벽은 복제약 회사만의 기회가 아니라 기술을 가진 바이오텍의 협상 무대가 되고 있다.

다음에 볼 세 가지 기준

첫째, 어떤 블록버스터의 특허가 언제 끝나는지 봐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만료 시점은 다를 수 있고, 제형·공정 특허가 남아 있으면 진입 속도도 달라진다.

둘째,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를 받은 뒤 실제로 병원과 시장에 들어가는지를 봐야 한다. 국내 사례처럼 약제위원회 채택, 공급 안정성, 영업망은 점유율을 크게 가를 수 있다. 출시만으로 승부가 끝나지 않는다.

셋째, 기업이 제품 하나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와 생산 체계를 갖췄는지 봐야 한다. 제네릭은 화학의약품의 복제약,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과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입증한 후발 의약품이다. 특허 절벽은 이 둘이 더 많이 등장하게 만드는 문이고, 그 문을 누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통과하느냐가 앞으로의 경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