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약을 만드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고 비싼지 궁금할 때가 많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아 보이는 물질을 찾는 일보다, 사람에게 써도 되는지 증명하는 과정이 훨씬 더 길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은 연구, 시험, 규제 대응이 한 줄로 이어진 절차이고, 그중 어디서든 멈출 수 있다.

이 글은 신약개발 절차를 중심으로 본다. 후보물질이 어떻게 줄어드는지, IND(임상시험신청, Investigational New Drug)은 뭔지, FDA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 구조가 비용과 속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순서대로 이해해보자.

출발점은 질병 원인과 표적 찾기

신약개발의 첫 단계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과 **약이 겨냥할 표적(Target)**을 정하는 일이다. 효소, 수용체, 단백질 같은 생물학적 작동 지점을 찾고, 그것을 조절할 물질을 고른다.

이 단계에서는 매우 많은 후보물질이 나온다. 자료에 따르면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 많게는 수백만 개의 분자 가운데 실제 후보로 남는 것은 극히 일부다. 컴퓨터 성능과 인공지능 발전으로 설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언급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개발의 어려움이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전임상에서 보는 것은 효능보다 안전성의 기초

후보물질이 정리되면 전임상으로 넘어간다. 전임상은 시험관 안 실험(in vitro)과 동물 실험(in vivo)을 통해 약효와 독성을 함께 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효과가 있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몸에 들어간 뒤 흡수, 분포, 대사, 배설이 어떤지, 장기에 해로운 영향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자료에서는 안전성 시험 비용이 크고, 조합이 복잡해질수록 비용과 성공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다.

즉, 전임상은 임상으로 가기 위한 예비시험이지만, 성격은 단순한 예선(?)이 아니다. 사람 대상 시험을 시작해도 되는 최소한의 근거를 만드는 단계에 가깝다.

신약개발은 “좋은 물질 찾기”보다 “위험을 줄이는 증명”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쓴다.

IND는 임상 진입 허가이자 개발 전략의 분기점

전임상 자료가 쌓이면 개발사는 IND를 신청한다. 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도 되는지 규제기관에 묻는 절차라고 이해하면 된다.

IND 단계에서는 전임상 결과뿐 아니라 약물의 구조, 작동 기전, 생산 과정, 임상시험 계획서인 프로토콜(protocol)까지 함께 본다. 프로토콜에는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얼마 동안, 어떤 방식으로 투여하고, 무엇을 평가할지가 담겨야 한다.

이 지점에서 FDA(미국 식품의약국,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역할이 커진다. 개발사는 임상 시작 전부터 허가 단계까지 FDA와 협의할 수 있고, 그 의견을 임상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데이터를 갖고도 설계와 설명이 부족하면 다음 단계로 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임상시험은 단계별 검증이 아니라 탈락의 연속

임상시험(Clinical Trial)은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후보물질은 이 단계에 오기 전 이미 크게 줄어든다. 안전성 평가를 받은 다수 물질 중 임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극히 일부다.

여기서 읽어야 할 핵심은 실패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라는 점이다. 21세기 들어 임상시험 수는 크게 늘었지만, 허가된 약물 수가 그만큼 비례해 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도 제시된다. 이 구조에서는 성공한 약 하나가 실패한 여러 연구의 비용까지 떠안게 된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모든 높은 약값을 정당화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자료가 보여주는 범위 안에서는, 개발비가 생산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를 신약개발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개발사와 FDA의 관계를 절차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

신약개발을 기업의 연구 경쟁으로만 보면 중요한 절반을 놓치게 된다. 실제 절차는 개발사와 규제기관이 안전성, 효능, 설계 타당성을 두고 계속 맞춰 가는 과정에 가깝다.

개발사는 더 빠르게 임상과 허가에 도달하고 싶어 한다. 반면 규제기관은 환자 안전을 우선하며 보수적으로 질문한다. 이 과정은 충돌이라기보다 구조적 역할 차이에 가깝다. 신약개발의 속도와 성공률은 실험실 성과만이 아니라, 그 성과를 규제 언어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바꾸는지에도 달려 있다.

기억할 세 가지

신약개발 기사를 볼 때는 먼저 그 후보물질이 표적 발굴 단계인지, 전임상인지, IND 이후 임상인지 확인하면 이해가 훨씬 쉬워진다. 같은 “유망하다”는 표현도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다르다.

다음으로는 효능만이 아니라 안전성 데이터가 얼마나 언급되는지 봐야 한다. 동물에서의 결과와 사람 대상 시험은 다르고, 임상 설계가 구체적일수록 실제 허가 가능성을 더 현실적으로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FDA 같은 규제기관과의 협의가 기사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허가의 문턱은 연구 성과 하나로 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절차를 함께 통과할 때 비로소 낮아지기 때문이다.